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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SK picglobal, 친환경 PO로 기초원료 글로벌 메이커 되겠다
2020-05-06

매일경제('20. 5. 4)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5/453867/



[CEO] SK picglobal, 친환경 PO로 기초원료 글로벌 메이커 되겠다

-원기돈 SK picglobal 대표-



車·화장품·의약품 기초원료 PO

세계 첫 친환경 공법 상용화

쿠웨이트와 합작 年 100만t 목표


유공시절부터 30년간 엔지니어

PO산업 한우물 판 국내 산증인

까다로운 獨·日 기업 사로잡아




2004년, 독일의 대형 석유화학 기업 에보닉의 고위 임원들이 SKC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에보닉은 자동차 내장재를 비롯해 화장품, 의약품의 기초원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친환경 HPPO 공법으로 만들 수 있는 파일럿 설비를 확보한 뒤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화학기업을 찾고 있었다. 10년이 넘는 연구개발(R&D) 끝에 이뤄낸 성과였던 만큼 파트너사 찾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화학기업들을 찾아다녔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SKC는 에보닉이 방문한 70번째 기업이었다. 원기돈 SK picglobal 대표는 당시 SKC 울산공장의 기술팀장을 맡고 있었다. SKC 울산공장을 둘러본 에보닉 임원진은 SKC에 "함께 추진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에보닉이 SKC를 택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한국인은 추진력이 강하다. SKC 울산 공장의 기술 수준이 상당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차범근 선수를 좋아한다." 원 대표를 중심으로 한 SKC 엔지니어들이 곧바로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다. PO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늘어나는 기초원료였지만 전 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장들은 제조 과정에서 `염소`를 사용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PO 생산 공법을 찾아야만 했다. SKC도 미래 시장 대비를 위해 친환경 PO 생산을 위한 R&D를 시작했던 시기였다. 에보닉의 설비를 점검한 SKC 엔지니어들의 결론은 "해볼 만하다"였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 2000억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공이 담보된다면 2000억원은 큰돈이 아닙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친환경 공법은 화학기업이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패하면 내가 그만두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영진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실패했다면 사표를 쓰려고 했어요."


1991년 국내 기업 최초로 PO 상업생산을 시작한 뒤 세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SK picglobal의 원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C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SKC 화학사업부문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시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SKC 화학사업부문은 2008년 1월 연산 10만t 규모의 PO를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하는 설비 가동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론상 36개월이 필요한 공장 건설을 24개월 만에 끝마쳤다. 이후 10년 넘게 친환경 PO 생산 공장은 가동률이 100%를 넘을 정도로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 현재 PO 생산량은 연산 31만t에 달한다. 친환경 PO 상용화 이후 SKC 화학사업부문의 위상은 상당히 높아졌다. 친환경 PO 공법을 원하는 전 세계 10여 개 기업이 SKC를 찾았다. 친환경 PO 공법을 도입하려는 미국의 대형 석유화학 기업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가 "SKC와 파트너십을 맺으라"고 조언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 전설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다.


지난해 8월 SKC는 친환경 PO 공법의 생산량 증설과 사업 확장을 위해 화학사업부문을 분사해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의 자회사인 PIC와 함께 합작사 SK picglobal을 설립했다. 양사가 산정한 합작사의 가치는 11억95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조4500억원에 달한다. SK picglobal의 첫 대표는 세계 최초 친환경 PO 공법 상용화에 성공했던 원 대표가 맡았다.


"산유국인 쿠웨이트는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산업 진출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쿠웨이트는 SKC가 갖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PO 다운스트림 운영과 기술력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적 가치(SV)의 지속가능성 추구, 인공지능(AI)과 같은 디지털 기반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PIC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다수의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원 대표는 1987년 SKC 화학사업부문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다. 이후 SKC 울산공장 생산지원팀장과 기술팀장을 거쳐 2005년 친환경PO공법추진실장을 맡았다. 유공이 울산에 PO 공장을 만들 때부터 참여해 친환경 PO 공법까지 이뤄내면서 `국내 PO 산업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SKC 재직 당시 원 대표는 `에너지 절감` 전도사로 불렸다. 공장장 재직 시절 빈 깡통을 모아 배관 위에 덮어 강우로 발생하는 열 손실마저도 줄여 연간 200만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친환경 PO 공법도 역시 원 대표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원 대표는 "설비를 가동하면서 인근 산에 올라 공장을 내려다보니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게 보였다"며 "열이 대기 중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증거인 만큼 `아지랑이 제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곧바로 60억원을 투자해 공장에서 발생한 뒤 버려지는 뜨거운 물을 열원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이는 기존 설계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60%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용으로 따지면 약 100억원을 절감했다.


원 대표는 SK picglobal의 추가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먼저 글로벌 진출을 통한 PO 100만t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메이저 PO 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사회적 창출 기반의 신규 사업 도전이다. 원 대표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기업 연대인 `AEPW`에 2019년 7월부터 국내 유일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며 "SKC는 참여 기업과 협력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자원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AI와 디지털 전환 등 신기술 도입으로 원가, 품질, 물류 등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공장 운영 능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도 높인다는 전략이다.


[원호섭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